유전체의 ‘잡음’이라 불리던 RNA
인간 유전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은 2% 남짓이다. 나머지 상당 부분에서도 RNA는 활발히 만들어지는데, 그중 길이 200염기 이상이면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것을 긴 비암호화 RNA(lncRNA)라 부른다. 한때 전사의 잡음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유전자를 켜고 끄는 조절자로 이해된다. 한편 장에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이 산다. 이 글은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 곧 장내 미생물이 우리 lncRNA를 바꾸고 lncRNA가 다시 장벽과 면역을 통해 미생물 환경을 바꾸는 양방향 관계를 살펴본다.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분야의 근거는 대부분 쥐와 배양 세포에서 나왔다.
미생물이 lncRNA 지도를 바꾼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무균 쥐에서 나왔다. 2015년 Liang 등은 무균 쥐, 일반 쥐, 특정 세균만 정착시킨 노토바이오트(gnotobiotic) 쥐의 장 조직 lncRNA 발현을 비교했다. 각 조건마다 특이하게 늘어난 lncRNA 묶음이 있었고, lncRNA 발현 패턴만으로 쥐가 어떤 미생물을 품고 있는지 구별할 수 있었다.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보다 더 적은 수의 lncRNA로도 예측이 가능했다.[1]
경로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대사산물이다. 장내 세균이 식이섬유를 발효해 만드는 짧은사슬지방산, 특히 부티르산은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를 억제한다. Chang 등은 부티르산이 HDAC 억제를 통해 장 대식세포의 염증 유전자 발현을 낮춘다는 것을 보였다.[2] HDAC 억제는 염색질을 느슨하게 만드는 후성유전적 변화이므로, 단백질 유전자뿐 아니라 lncRNA의 발현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부티르산이 어떤 lncRNA를 바꾸는가’를 직접 정리한 근거는 아직 단편적이다.
둘째는 세균 성분이다. 그람음성균의 외막 성분인 내독소(LPS)는 TLR4를 자극한다. Carpenter 등은 대식세포에서 TLR 자극으로 유도되는 lincRNA-Cox2가 일부 면역 유전자는 켜고 일부는 끈다는 것을 밝혔다.[3] MALAT1도 LPS 자극을 받은 대식세포에서 늘어나 NF-κB와 결합해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4] NEAT1은 면역 자극을 받으면 핵 속 구조물(paraspeckle)로 단백질 SFPQ를 옮겨 IL-8 발현을 높인다. 다만 이 연구에서 쓴 자극은 LPS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모방한 자극 등이었다.[5]
lncRNA가 장벽을 지킨다, 혹은 무너뜨린다
관계는 반대 방향으로도 흐른다. 장 상피는 밀착연접(tight junction), 점액층, 항균 펩타이드로 미생물과 몸 사이에 경계를 친다. 이 경계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따라 어떤 미생물이 상피 가까이 자리 잡을지도 달라진다. Zou 등은 lncRNA H19가 microRNA-675를 거쳐 밀착연접 단백질을 줄이고 장벽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세포와 쥐에서 보였다.[6] Ma 등은 염증성 장질환(IBD) 조직에서 CCAT1이 늘어나 있고, CCAT1이 miR-185-3p를 낮춰 장벽을 손상시킨다고 보고했다.[7] 점액과 항균 펩타이드를 lncRNA가 조절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개별 보고 수준이라 이 글에서는 일반론으로만 언급한다.
아래 표는 본문에 나온 주요 lncRNA를 정리한 것이다.
| lncRNA | 유도 요인 | 보고된 역할 | 근거 수준 |
|---|---|---|---|
| lincRNA-Cox2 | TLR 자극(LPS 등) | 면역 유전자 활성·억제 조절 | 쥐 대식세포[3] |
| MALAT1 | LPS | NF-κB와 결합, 염증 반응 조절 | 대식세포[4] |
| NEAT1 | 면역 자극(바이러스 모방 등) | paraspeckle 형성, IL-8 증가 | 인간 세포[5] |
| H19 | — | miR-675 경유 장벽 약화 | 세포·쥐[6] |
| CCAT1 | IBD 염증 | miR-185-3p 억제, 장벽 손상 | 환자 조직·세포·쥐[7] |
| KRT7-AS | F. nucleatum(NF-κB) | KRT7 증가, 대장암 전이 | 세포·누드마우스[8] |
| EVADR | F. nucleatum | YBX1 결합, EMT 인자 번역 증가·전이 | 세포·쥐[9] |
| PVT1 | F. nucleatum | 옥살리플라틴 내성 | 환자 조직·세포[10] |
대장암: 세균이 켠 lncRNA가 전이를 돕는다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대장암의 푸소박테리움 뉴클레아툼(Fusobacterium nucleatum)이다. 원래 구강 세균인 이 균은 대장암 조직에 많고 나쁜 예후와 연결된다. Chen 등은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이 균이 더 많았고, 균에 감염된 대장암 세포는 NF-κB 경로를 거쳐 KRT7-AS와 KRT7을 늘려 이동성이 커지며, KRT7-AS를 없애면 쥐의 폐 전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였다.[8] Lu 등은 같은 균이 EVADR을 늘리고, EVADR이 YBX1 단백질의 발판이 되어 Snail, Slug, Zeb1 같은 상피-중간엽 전이(EMT) 인자의 번역을 높인다고 보고했다.[9]
항암제 내성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있다. 2025년 Gao 등은 이 균이 lncRNA PVT1을 늘려 옥살리플라틴 내성을 높인다고 보고했다.[10] 이 균과 비암호화 RNA의 관계를 정리한 리뷰도 나와 있다.[13] 다만 이 균의 항암제 내성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2017년 연구는 lncRNA가 아니라 microRNA와 자가포식 경로를 다뤘다는 점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난소암과 RNA 치료제: 아직은 초기 지도
난소암에서도 종양 조직에 특정 미생물 신호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Banerjee 등은 난소암 조직에서 정상 조직과 다른 미생물 서명을 보고했다.[11] 그러나 난소암 미생물과 lncRNA를 인과적으로 잇는 연구는 아직 드물고, 조직 내 미생물 검출 자체도 오염 문제로 논쟁이 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lncRNA는 단백질 구조가 없어 기존 저분자 약으로 겨냥하기 어렵지만, 서열에 결합하는 안티센스 올리고(ASO)나 siRNA로는 직접 줄일 수 있다. Arun 등은 쥐 유방암 모델에서 ASO로 Malat1을 줄이자 종양이 분화되고 전이가 감소한다는 것을 보였다.[12] 미생물 환경이 표적 lncRNA의 발현을 바꾼다면, 같은 RNA 치료제라도 환자의 미생물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미생물 정보가 바이오마커나 환자 선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여기서 나온다. 아직은 가설 단계다.
시사점 세 가지
첫째, 장내 미생물은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 발현을 바꾼다. 부티르산의 HDAC 억제와 LPS의 TLR 자극은 lncRNA를 포함한 숙주 전사 지도를 다시 그린다. 식이섬유 섭취가 장 건강과 연결되는 하나의 분자적 설명이다.
둘째, 관계는 양방향이다. lncRNA는 장벽과 면역을 조절해 미생물이 사는 환경을 바꾼다. 원인과 결과가 맞물린 고리라서 어느 쪽을 건드려도 다른 쪽이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셋째, 근거의 대부분은 쥐와 세포에서 나왔다. 대장암의 F. nucleatum-lncRNA 축이 가장 구체적이지만, 이것도 사람에서의 치료 효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RNA 치료제와 미생물 바이오마커의 결합은 유망한 연구 방향일 뿐, 아직 임상의 언어가 아니다.
출처
- Liang L, Ai L, Qian J, Fang JY, Xu J. Long noncoding RNA expression profiles in gut tissues constitute molecular signatures that reflect the types of microbes. Sci Rep 2015;5:11763. https://pubmed.ncbi.nlm.nih.gov/26123364/
- Chang PV, et al. The microbial metabolite butyrate regulates intestinal macrophage function via histone deacetylase inhibition. Proc Natl Acad Sci U S A 2014;111:2247-2252. https://pubmed.ncbi.nlm.nih.gov/24390544/
- Carpenter S, et al. A long noncoding RNA mediates both activation and repression of immune response genes. Science 2013;341:789-792. https://pubmed.ncbi.nlm.nih.gov/23907535/
- Zhao G, et al. The long noncoding RNA MALAT1 regulates the lipopolysaccharide-induced inflammatory response through its interaction with NF-κB. FEBS Lett 2016;590:2884-2895. https://pubmed.ncbi.nlm.nih.gov/27434861/
- Imamura K, et al. Long noncoding RNA NEAT1-dependent SFPQ relocation from promoter region to paraspeckle mediates IL8 expression upon immune stimuli. Mol Cell 2014;53:393-406. https://pubmed.ncbi.nlm.nih.gov/24507715/
- Zou T, et al. H19 long noncoding RNA regulates intestinal epithelial barrier function via microRNA 675 by interacting with RNA-binding protein HuR. Mol Cell Biol 2016;36:1332-1341. https://pubmed.ncbi.nlm.nih.gov/26884465/
- Ma D, et al. CCAT1 lncRNA promotes inflammatory bowel disease malignancy by destroying intestinal barrier via downregulating miR-185-3p. Inflamm Bowel Dis 2019;25:862-874. https://pubmed.ncbi.nlm.nih.gov/30615124/
- Chen S, et al. Fusobacterium nucleatum promotes colorectal cancer metastasis by modulating KRT7-AS/KRT7. Gut Microbes 2020;11:511-525. https://pubmed.ncbi.nlm.nih.gov/31910722/
- Lu X, et al. Long non-coding RNA EVADR induced by Fusobacterium nucleatum infection promotes colorectal cancer metastasis. Cell Rep 2022;40:111127. https://pubmed.ncbi.nlm.nih.gov/35858553/
- Gao K, et al. Fusobacterium nucleatum enhances oxaliplatin resistance in colon cancer by increasing PVT1 expression. J Transl Med 2025;23:1112. https://pubmed.ncbi.nlm.nih.gov/41102802/
- Banerjee S, et al. The ovarian cancer oncobiome. Oncotarget 2017;8:36225-36245. https://pubmed.ncbi.nlm.nih.gov/28410234/
- Arun G, et al. Differentiation of mammary tumors and reduction in metastasis upon Malat1 lncRNA loss. Genes Dev 2016;30:34-51. https://pubmed.ncbi.nlm.nih.gov/26701265/
- Sadeghloo Z, et al. Fusobacterium nucleatum and non-coding RNAs: orchestrating oncogenic pathways in colorectal cancer. Gut Pathog 2025;17:78. https://pubmed.ncbi.nlm.nih.gov/41046274/
확인 메모: 13개 출처는 모두 PubMed에서 서지 정보를 확인했다. [1],[8],[9],[10]은 초록과 본문 내용을 대조했다. [2]~[7],[11]~[13]은 제목과 서지로 확인했고 세부 결과는 기존 지식에 기대어 요약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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