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흐르는 몸] 버려진 방, 다시 켜지는 불빛 — 폐경 후 난소는 정말 ‘쓸모없는’ 조직일까

버려진 방, 다시 켜지는 불빛 — 폐경 후 난소는 정말 ‘쓸모없는’ 조직일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식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합의된 결론이 있었다. 폐경을 지난 난소는 맹장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 한때는 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의학적으로는 “있으나 없으나 한” 조직. 수술로 떼어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던 이유도…

버려진 방, 다시 켜지는 불빛 — 폐경 후 난소는 정말 ‘쓸모없는’ 조직일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식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합의된 결론이 있었다. 폐경을 지난 난소는 맹장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 한때는 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의학적으로는 “있으나 없으나 한” 조직. 수술로 떼어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의 프란체스카 던컨(Francesca Duncan) 연구팀이 최근 내놓은 결과는 이 오래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만들고 있다. 닫힌 방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사실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우연히 발견한 균열


던컨 팀의 출발점은 난소 자체가 아니었다. 5년 전, 그는 노화 과정에서 분열을 멈추고 멈춰 선 채 살아남는 세포, 즉 노쇠세포(senescent cell)를 인체 전반에서 지도화하려는 NIH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본래 목표는 생식 가능 연령대 여성의 정상적인 난소를 추적하는 것이었지만, 건강한 젊은 여성의 난소를 연구 목적으로 얻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연구팀이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질환으로 난소를 절제한 50~75세 폐경 후 여성들의 조직뿐이었다.
“기능을 멈춘 조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솔직히 김이 빠지는 일이었다”고 던컨은 회고한다. 그런데 정작 분석을 시작하자 예상과 다른 패턴이 드러났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난소 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종류가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조직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어야 한다. 변화가 있다는 것은, 그 안에서 여전히 뭔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마우스로 옮겨간 질문


인간 조직만으로는 추적의 범위가 제한적이었기에, 연구팀은 실험 마우스로 무대를 옮겼다. 마우스는 인간처럼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지는 전형적인 폐경을 겪지는 않지만, 약 2년의 생애 후반부에 생식 기능이 정지하는 시점을 맞는다. 연구팀은 젊은 마우스, 생식 능력이 막 끝나가는 마우스, 그리고 생식 기능이 완전히 멈춘 마우스 세 그룹에서 난소를 채취했다. 한쪽 난소는 RNA 시퀀싱으로 유전자 발현 양상을 측정했고, 다른 쪽 난소는 현미경으로 직접 들여다보며 세포 구성과 섬유화(fibrosis, 조직이 굳어가는 노화 현상) 정도를 평가했다.


이번 달 Molecular 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결과는 분명했다. 나이 든 마우스의 난소에는 면역세포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이 조직이 몸 전체로 면역 신호를 내보낼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다시 말해, 생식이라는 본업을 마친 난소가 면역기관으로서의 부업, 혹은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을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신호인가, 단순한 집결지인가


다만 이 발견을 너무 빨리 낭만화할 필요는 없다. 노화 생물학자 베레니스 베나윤(Bérénice Benayoun)이 짚었듯, 핵심 질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난소가 정말로 능동적인 면역 신호 발신지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떠다니는 면역세포들이 모여드는 의도치 않은 저장소가 된 것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이 연구가 “기능을 멈춘 빈 껍데기”라는 기존 시각을 흔들고, 폐경 후 난소가 면역세포들이 모여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며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같은 시기 공개된 또 다른 난소 단백질체 분석(바이오아카이브 프리프린트)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60대, 70대로 갈수록 난소 조직에서는 보체 활성화와 체액성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이 늘어나는 반면, 세포 골격이나 구조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은 줄어든다. 즉 폐경 후 시간이 흐를수록 난소는 “구조를 지탱하는 조직”에서 “염증과 칼슘 신호가 주도하는 조직”으로 서서히 성격을 바꿔간다는 것이다.


왜 이것이 여성 건강의 문제인가


던컨이 이 발견에서 가장 무겁게 받아들이는 지점은 따로 있다.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노년의 건강 상태는 오히려 더 나쁜 경향을 보인다는, 오래된 역설이다. 그는 폐경 후 난소가 분비할 수 있는 분자들이 만성 염증, 즉 노화성 염증(inflammaging)을 부추기는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한다. 그리고 이 시기의 난소 생물학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조금 무섭다”고 표현했다. 여성 건강 연구를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할 공백이라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은, 어떤 조직의 ‘쓸모’를 정의하는 방식 자체가 얼마나 좁은 틀에 갇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생식이라는 단 하나의 기능을 기준으로 보면 폐경 후 난소는 분명 임무를 마친 조직이다. 그러나 면역이라는 다른 축을 들이대는 순간, 같은 조직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몸이라는 시스템은 한 기능이 끝났다고 해서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다. 대신 다른 역할로 조직을 재배치하거나, 적어도 그럴 잠재력을 남겨둔다. 부서진 것이 그대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짜이는 과정 — 이것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추적해온 패턴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이 발견을 인체 건강 전략으로 확장하는 것은 이르다. 마우스와 인간의 폐경 양상은 다르고, ‘신호인가 저장소인가’라는 핵심 질문조차 미해결이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졌다. 폐경 후 난소를 더 이상 연구할 필요가 없는 끝난 챕터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것. 오히려 그 닫힌 방의 불빛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추적하는 일이, 이제 막 시작된 다음 장의 질문이다.

참고 자료


• Ann Gibbons / Isabella Backman, “After menopause, ovaries may transform into organs with immune powers”, Science (AAAS), 2026.6.24.


• Duncan Lab (Northwestern University Feinberg School of Medicine), Molecular Human Reproduction (2026, 발표 예정/게재).


• “The human ovary exhibits dynamic molecular remodeling in the decades post-menopause”, bioRxiv preprint, 2026.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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