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의 시선] 파킨슨병의 시작점: 뇌가 아닌 장이다

파킨슨병의 시작점: 뇌가 아닌 장이다 파킨슨병은 흔히 뇌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파킨슨병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베를레 바켈란트 교수는 최근 Nature지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이 병의 진정한 시발점이 뇌가 아닌 ‘장(腸)’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이는 질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뒤바꾸는 대전환이다. 장내 면역 세포, 질병의 ‘셔틀’이 되다…

파킨슨병의 시작점: 뇌가 아닌 장이다

파킨슨병은 흔히 뇌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파킨슨병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베를레 바켈란트 교수는 최근 Nature지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이 병의 진정한 시발점이 뇌가 아닌 ‘장(腸)’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이는 질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뒤바꾸는 대전환이다.

장내 면역 세포, 질병의 ‘셔틀’이 되다

바켈란트 교수가 주목한 핵심 기전은 장 근육층에 사는 ‘장 외근층 대식세포(ME-Macs)’의 변질이다. 본래 우리 몸의 청소부 역할을 해야 할 이 면역 세포가 독성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을 집어삼킨 뒤, 이를 분해하는 대신 오히려 몸 안의 T세포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활성화된 T세포는 혈액을 타고 장에서 뇌로 이동해 도파민 뉴런을 공격하는 ‘염증의 메신저’가 된다. 즉, 장의 면역 체계가 파킨슨병이라는 재앙을 뇌로 실어 나르는 통로이자 셔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체 우선형’과 ‘뇌 우선형’의 갈림길

바켈란트 교수는 파킨슨병이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전체 환자의 약 2/3를 차지하는 ‘신체 우선형’은 병이 장에서 시작되어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온다. 이들은 손떨림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심한 변비나 렘수면 행동 장애(잠꼬대와 헛손질)를 겪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나머지 ’뇌 우선형’은 후각 상실처럼 뇌에서 직접 병이 시작되어 몸으로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조기 진단’의 가능성이다. 뇌세포가 파괴되어 손을 떨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지만, 장내 대식세포의 이상을 먼저 포착한다면 수십 년 앞서 병을 진단할 수 있다.

바켈란트 교수는 이제 뇌를 직접 공략하는 대신, 장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 병이 뇌로 번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치료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파킨슨병은 단순한 뇌 질환이 아니라 장과 면역계가 얽힌 전신 질환인 셈이다. 이제 우리는 뇌를 고치기 위해 장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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