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의 책을 참 좋아했다.
그는 삶을 ‘치유’라는 단어로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인간이란,
고통을 통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존재였다.
그가 쓴 골프 책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조금 의아했다.
그런 깊이를 말하던 사람이
왜 하필 골프를 말하는 걸까?
나는 골프에 대한 편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골프는 ‘돈 많은 사람들’, ‘어딘가 올라간 사람들’,
‘쉬는 게 일인 사람들’이 하는 운동처럼 보였다.
그건 내가 해도 되는 운동이 아니라,
내 삶에서 가장 먼 취미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너무 비싸고, 너무 느리고,
너무 자기만족적인 스포츠처럼 보였다.
하지만 스캇 펙의 글은
그 모든 선입견의 표면을 아주 조용히 갈라놓았다.
그는 말했다.
골프는 ‘스윙의 완벽함’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고요한 순간’을 위한 수련이라고.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새로운 목표와 삶의 방식을 찾고 싶었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이민을 하고, 엄마가 되고, 다시 회사를 다니고, 또다시 창업의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많이 변해 있었다.
삶은 점점 더 빠르게 흘렀고,
나는 늘 무언가를 증명하듯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빨리’가 아닌 ‘깊이’로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그때가 팬데믹이 막 시작된 때였다.
세상은 닫히고,
나는 엄마가 되었고,
집과 아이와 일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던 시기.
모든 게 고립되고 단절되었는데
내 안에서는 오히려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나에게 다시 집중하고 싶은 마음.’
남편이 내게 30만 원짜리 골프 클럽 세트를 사줬다.
누군가는 비웃었을지 모른다.
‘그걸로 되겠어?’라고.
하지만 그날 남편이 한 말은
아직도 내 귀 안에서 살아 있다.
“비거리는 중요하지 않아.
일단은, 또박또박 치는 감각을 익혀.
그 리듬이 네 걸로 만들어지면,
그다음은 그냥 따라올 거야.”
나는 비거리를 목표로 두지 않았다.
멀리 보내려는 욕심보다
내 발 밑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집중했다.
빠르게 잘하고 싶지 않았다.
서툴러도 좋으니,
내 리듬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처음엔 몸이 버거웠다.
팔에 힘이 들어가고,
스윙은 왜 이리 복잡한가 싶었다.
하지만 놀라웠던 건—
지겨움이 없었다.
골프장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고,
나는 매번 같은 자세로, 같은 위치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관찰했다.
어디에 힘이 들어갔는지,
숨은 언제 멈췄는지,
내 손은 무엇을 붙잡고 있었는지를.
그건 운동이라기보다는
명상에 가까웠다.
몸으로 떠나는 철학 여행이었다.
30만 원짜리 클럽은
내게 단지 ‘운동의 도구’가 아니었다.
그건 나에게 말했다.
“좋은 시작은 비싼 선택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진심인 선택에서 온다”고.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선택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공은 자주 빗나가고,
스코어는 늘 들쭉날쭉하지만,
나의 리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내 안에는
또박또박 내 삶을 걸어가는
‘사유의 루틴’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30만 원짜리 클럽을 쓴다.
그리고 나는
그 누구보다 값진 훈련을 받고 있다.
조용하고,
정직하고,
계속되는
나만의 골프.
Wear the question.
Live the answer.
HWLL | 건강, 부, 장수의 철학을 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