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노래] 우리 세포 안의 오래된 손님

우리 세포 안의 오래된 손님 인간은 스스로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세포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억 년 전 다른 생명체였던 존재의 후손이 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다. 그리고 오늘날 생명과학을 바꾼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도 세균이 바이러스와 싸우며 만든 무기에서 나왔다. 이 글은 세균에서 빌려 온 두 가지 유산, 곧 몸 안에 들여온…

우리 세포 안의 오래된 손님

인간은 스스로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세포 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억 년 전 다른 생명체였던 존재의 후손이 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다. 그리고 오늘날 생명과학을 바꾼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도 세균이 바이러스와 싸우며 만든 무기에서 나왔다. 이 글은 세균에서 빌려 온 두 가지 유산, 곧 몸 안에 들여온 미토콘드리아와 실험실로 가져온 크리스퍼를 따라가며, 면역계가 왜 지금도 그 흔적을 적으로 경계하는지 살펴본다. 주제는 ‘정복의 대가’다.

세균의 면역 기억에서 유전자가위로

세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박테리오파지(phage)라 불리는 바이러스다. 2007년 Barrangou 등은 요구르트 발효균(Streptococcus thermophilus)이 파지 공격에서 살아남으면 파지 DNA 조각을 자기 유전체의 CRISPR 영역에 ‘스페이서(spacer)’로 끼워 넣고, 그 뒤로 같은 파지에 저항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였다.[1] 세균에도 일종의 적응 면역, 곧 기억하는 면역이 있었던 것이다.

2012년 Jinek, Charpentier, Doudna 등은 화농성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의 Cas9 단백질이 두 가닥의 RNA, 즉 crRNA와 tracrRNA의 안내를 받아 표적 DNA를 정확히 자른다는 것을 밝혔다. 두 RNA를 하나의 가이드 RNA로 합쳐 원하는 서열로 바꿔 끼우면 원하는 위치를 자를 수 있다는 점도 보였다.[2] 세균의 방어 장치가 프로그래밍 가능한 유전자 편집 도구가 된 순간이다. 노벨위원회는 2020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에게 ‘유전체 편집 방법의 개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여했다.[3]

미토콘드리아: 들여온 세균, 남은 흔적

크리스퍼가 세균의 도구를 빌려 온 이야기라면,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을 통째로 들여온 이야기다. 세포내 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a) 계열 세균이 다른 세포 안에 들어가 영구히 눌러앉은 결과다. 오늘날 분자계통학 자료는 이 기원을 강하게 뒷받침한다.[4] 손님은 에너지 공장이 되었고, 그 덕분에 복잡한 진핵생물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손님은 출신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지금도 세균의 특징을 여럿 지니고 있다.

세균 흔적미토콘드리아에서의 모습이를 알아보는 면역 센서
둥근(원형) DNA, 메틸화되지 않은 CpG자체 유전체 mtDNATLR9, cGAS-STING
N-포밀 펩타이드미토콘드리아가 단백질 합성을 포밀메티오닌으로 시작호중구의 FPR1
카디오리핀(cardiolipin)세균 막과 비슷한 내막 지질NLRP3 인플라마좀 활성화에 관여
산화된 mtDNA, 활성산소스트레스 받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증가NLRP3 인플라마좀

선천 면역은 이런 세균의 분자 표지를 ‘침입자’의 신호로 알아보도록 진화했다. 문제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 얌전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세포가 다치거나 죽어 그 내용물이 새어 나오면 면역계가 세균과 미토콘드리아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손상된 조직에서 나와 면역을 깨우는 분자를 손상 관련 분자 패턴(DAMP)이라고 부른다.

새어 나온 미토콘드리아가 울리는 경보

2010년 Zhang 등은 이 개념을 결정적으로 보여 주었다. 큰 외상을 입은 환자의 혈액에는 미토콘드리아 DAMP, 곧 mtDNA와 포밀 펩타이드가 크게 늘어 있었다. 이 분자들은 호중구의 포밀 펩타이드 수용체 FPR1과 TLR9을 통해 호중구를 활성화했고, 쥐에 주입하자 감염 없이도 전신 염증과 폐 손상이 생겼다.[5] 외상 뒤에 세균 감염이 없는데도 패혈증과 비슷한 전신염증반응증후군(SIRS)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다. 저자들은 이를 진화적으로 보존된 세균 신호가 외상에서 ‘잘못’ 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포 안에서도 경보는 울린다. West 등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스트레스를 받아 세포질로 새어 나오면 cGAS-STING 경로가 이를 감지해 제1형 인터페론 반응을 켠다고 보고했다.[6] Zhou 등은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온 활성산소가 NLRP3 인플라마좀을 활성화한다는 것을 보였고,[7] Oka 등은 심장에서 자가포식으로 분해되지 못한 mtDNA가 TLR9을 자극해 염증과 심부전을 일으킨다고 보고했다.[8]

정복의 대가: 만성 염증과 질병

이 경보 체계는 급성 외상만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병에도 얽혀 있다.

  • 염증노화(inflammaging): 나이가 들면 뚜렷한 감염 없이도 낮은 수준의 만성 염증이 지속된다. Franceschi 등은 손상된 세포 성분, 특히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온 분자를 이 염증의 원천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9]
  • 루푸스: 루푸스 환자의 호중구는 산화된 미토콘드리아 핵양체(nucleoid)를 밖으로 내보내고, 이것이 제1형 인터페론을 강하게 유도한다.[10] 산화된 mtDNA가 풍부한 호중구 세포외 덫(NET)도 루푸스와 비슷한 병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다.[11]
  • 섬유화: 특발성 폐섬유증(IPF) 환자의 폐와 혈액에서는 세포 밖 mtDNA가 늘어 있고, 그 농도가 높을수록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이 컸다.[12] 다만 이것이 원인인지, 진행의 표지인지는 아직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요약하면 우리는 세균을 길들여 에너지원으로 삼았지만, 면역계는 그 세균의 흔적을 여전히 적의 얼굴로 기억한다. 세포가 다치면 그 기억이 엉뚱하게 깨어나 우리 몸을 공격한다. 이것이 수십억 년 전 공생의 청구서다.

미토파지와 유로리틴 A: 아직은 가설

그렇다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새어 나오기 전에 제때 치우면 되지 않을까. 세포는 실제로 그런 청소 체계를 갖고 있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만 골라 분해하는 미토파지(mitophagy)다. 앞의 Oka 등의 연구도 이 청소가 실패할 때 mtDNA가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을 보여 준다.[8]

유로리틴 A(urolithin A)는 석류와 견과류의 엘라지탄닌을 장내 세균이 바꿔 만드는 물질로, 미토파지를 촉진하는 후보로 주목받는다. 선충에서는 수명을 늘렸고 설치류에서는 근육 기능을 높였다.[13] 사람에서는 노인 대상 1상 시험에서 안전성과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자 신호가 확인됐고,[14] 노인 대상 무작위 시험에서는 주요 지표인 6분 보행 거리 개선이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으나 일부 근지구력과 혈중 지표가 좋아졌다.[15] 중년 대상 무작위 시험에서는 근력과 일부 운동 수행 지표가 개선됐다.[16]

여기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이들 사람 연구는 주로 근육과 미토콘드리아 지표를 본 소규모 연구이고, 일부는 제조사가 지원했다. 유로리틴 A가 미토콘드리아 DAMP를 줄여 외상 염증, 루푸스, 폐섬유증 같은 질환을 막는다는 사람 대상 근거는 아직 없다. 그것은 기전에서 나온 가설일 뿐이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영양제를 더하기 전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시사점 세 가지

  1. 자기와 남의 경계는 생각보다 흐리다. 면역은 ‘자기 대 비자기’를 가르는 체계로 설명되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자기 안에 들어온 비자기다. 손상 신호를 감지하는 면역의 논리를 이해하면 무균성 염증을 새롭게 볼 수 있다.
  2. 세균의 유산은 도구이자 위험이다. 크리스퍼는 세균의 면역을 빌려 질병을 고치는 도구가 되었고, 미토콘드리아는 세균을 품은 대가로 염증의 불씨가 되었다. 같은 기원이 혜택과 비용을 함께 준다.
  3. 청소가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 mtDNA 누출, cGAS-STING, NLRP3, FPR1, 미토파지는 모두 신약 개발의 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기전 연구와 사람에서의 효과 사이에는 아직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1. Barrangou R, et al. CRISPR provides acquired resistance against viruses in prokaryotes. Science 2007;315:1709-1712. https://pubmed.ncbi.nlm.nih.gov/17379808/
  2. Jinek M, Chylinski K, Fonfara I, Hauer M, Doudna JA, Charpentier E. A programmable dual-RNA-guided DNA endonuclease in adaptive bacterial immunity. Science 2012;337:816-821. https://pubmed.ncbi.nlm.nih.gov/22745249/
  3. The Nobel Prize in Chemistry 2020, Press releas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0/press-release/
  4. Gray MW. Mitochondrial evolution. Cold Spring Harb Perspect Biol 2012;4:a011403. https://pubmed.ncbi.nlm.nih.gov/22952398/
  5. Zhang Q, Raoof M, et al. Circulating mitochondrial DAMPs cause inflammatory responses to injury. Nature 2010;464:104-107. https://pubmed.ncbi.nlm.nih.gov/20203610/
  6. West AP, et al. Mitochondrial DNA stress primes the antiviral innate immune response. Nature 2015;520:553-557. https://pubmed.ncbi.nlm.nih.gov/25642965/
  7. Zhou R, Yazdi AS, Menu P, Tschopp J. A role for mitochondria in NLRP3 inflammasome activation. Nature 2011;469:221-225. https://pubmed.ncbi.nlm.nih.gov/21124315/
  8. Oka T, et al. Mitochondrial DNA that escapes from autophagy causes inflammation and heart failure. Nature 2012;485:251-255. https://pubmed.ncbi.nlm.nih.gov/22535248/
  9. Franceschi C, et al. Inflammaging: a new immune-metabolic viewpoint for age-related diseases. Nat Rev Endocrinol 2018;14:576-590. https://pubmed.ncbi.nlm.nih.gov/30046148/
  10. Caielli S, et al. Oxidized mitochondrial nucleoids released by neutrophils drive type I interferon production in human lupus. J Exp Med 2016;213:697-713. https://pubmed.ncbi.nlm.nih.gov/27091841/
  11. Lood C, et al.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enriched in oxidized mitochondrial DNA are interferogenic and contribute to lupus-like disease. Nat Med 2016;22:146-153. https://pubmed.ncbi.nlm.nih.gov/26779811/
  12. Ryu C, et al. Extracellular mitochondrial DNA is generated by fibroblasts and predicts death in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Am J Respir Crit Care Med 2017;196:1571-1581. https://pubmed.ncbi.nlm.nih.gov/28783377/
  13. Ryu D, et al. Urolithin A induces mitophagy and prolongs lifespan in C. elegans and increases muscle function in rodents. Nat Med 2016;22:879-888. https://pubmed.ncbi.nlm.nih.gov/27400265/
  14. Andreux PA, et al. The mitophagy activator urolithin A is safe and induces a molecular signature of improved mitochondrial and cellular health in humans. Nat Metab 2019;1:595-603. https://pubmed.ncbi.nlm.nih.gov/32694802/
  15. Liu S, et al. Effect of urolithin A supplementation on muscle endurance and mitochondrial health in older adult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tw Open 2022;5:e2144279. https://pubmed.ncbi.nlm.nih.gov/35050355/
  16. Singh A, et al. Urolithin A improves muscle strength, exercise performance, and biomarkers of mitochondrial health in a randomized trial in middle-aged adults. Cell Rep Med 2022;3:100633. https://pubmed.ncbi.nlm.nih.gov/35584623/

확인 메모: 16개 출처는 모두 PubMed 서지 정보 또는 노벨위원회 페이지로 존재와 서지를 확인했다. 다만 본문의 세부 결과(예: Liu 2022의 주요 지표 결과, 카디오리핀의 NLRP3 관여)는 초록 전문을 다시 열지 않고 기존 지식에 기대어 요약한 부분이 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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