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연장인가, 독점의 탐욕인가: 에버그리닝 전략의 두 얼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특허’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수조 원의 비용과 십수 년의 세월을 투입해 탄생한 신약이 단 한 장의 특허 만료로 인해 ‘특허 절벽(Patent Cliff)’ 아래로 추락하는 것은 경영자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이 절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안된 정교한 생존술이 바로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이다.
에버그리닝은 말 그대로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수처럼 특허권을 영구히 지속시키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오리지널 약물의 핵심 물질 특허가 만료될 시점에 맞춰, 제약사는 약물의 염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제형을 개발하고, 복합제를 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후속 특허를 촘촘하게 배치한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는 고도의 경영 전략이자, 연구개발(R&D) 성과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기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전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입체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에버그리닝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루에 세 번 복용해야 했던 약을 한 번만 먹어도 되게끔 개선한 서방형 제제나, 부작용을 줄인 광학 이성질체 의약품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개선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차세대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독점의 연장’이라는 비판은 에버그리닝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다. 사소한 변경만으로 특허망을 겹겹이 쌓아 저렴한 제네릭(복제약)의 진입을 인위적으로 막는 행위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공공 보건이 우선시되는 영역에서 에버그리닝은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의 덤불’로 치부되기도 한다. 법학적으로도 이는 ‘자명한 변경’과 ‘진보성’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유발하며, 수많은 특허 무효 소송과 허가-특허 연계 분쟁의 씨앗이 된다.
결국 에버그리닝 전략은 제약 기업에 ‘책임 있는 혁신’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단순히 특허 기간을 늘리기 위한 꼼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환자의 편익을 진정으로 개선하는 ‘진화된 혁신’이 될 것인지는 기업의 철학에 달려 있다. 규제 당국 또한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해 진정한 혁신과 단순한 독점 연장을 가려내는 날카로운 잣대를 유지해야 한다.
상록수가 푸르름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세포를 갱신하듯, 제약 산업의 에버그리닝 역시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향한 부단한 갱신의 과정이 될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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