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는 혼자 오지 않았다
– 감각을 잃고, 감각을 되찾은 하루의 기록
오늘, 처음으로 파5에서 버디를 했다.
13번 홀. 길고 느린 오르막의 리듬 속에서
버디 하나가 나에게 왔다.
하지만 그건 우연한 선물이 아니었다.
그 한 타를 만나기까지, 나는
오늘이라는 하루 전체를 통과해야 했다.
1번 홀의 침묵
오늘의 시작은 침묵에 가까웠다.
드라이버는 어이없게 왼쪽으로 감겼고,
우드는 땅을 박차듯 깎여 나갔다.
몸과 클럽이 따로 놀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내 몸과 멀어져 있었다.
새로 산 클럽들과 아직 마음이 맞지 않는 시기.
예전 스윙 감각을 그대로 가져오려 했던 나는
익숙한 몸의 리듬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스코어카드에는 숫자가 적혔지만,
진짜 무너진 건 나 자신을 믿는 감각이었다.
“오늘 18홀을 다 돌아야 하나?”
조용히 마음속에 물었다.
2번 홀 옆 잔디 위에서
그 순간,
나는 코스의 한 귀퉁이에서
클럽을 다시 들었다.
볼을 치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어떤지,
내 리듬이 아직 살아 있는지,
그걸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힘을 뺐다.
어깨의 회전, 팔의 흐름, 무게중심의 이동—
마치 처음 스윙을 배우던 때처럼,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다시 짚어나갔다.
숏게임은 포기했다.
지금은 방향을 고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2번 홀부터 몸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어디까지 날아가는지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에 집중하면서
나는 다시 내 감각과 조우했다.
퍼터와의 화해
오늘 한편, 퍼터에 대해서도 다시 배웠다.
공을 조금 왼쪽에 두고,
스트로크와 몸의 중심선을 다시 맞췄다.
미묘한 조정이었지만,
그 변화는 퍼팅의 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공이 홀을 향해 나아가는 그 짧은 거리 안에서
나는 나 자신과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다.
감각이 살아 있다는 것,
그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13번 홀
파5.
넉넉한 거리지만
그만큼 흐름이 필요한 길이었다.
드라이버는 페어웨이 중앙을 향해
담담히 뻗어나갔다.
그리고 우드—
아직 서툴지만, 오늘은 다르다고 믿고 휘둘렀다.
클럽과 내 몸이 처음으로 같은 타이밍에 맞물렸고,
공은 부드럽게 떠올라
그린 근처 러프까지 날아갔다.
짧은 어프로치 샷.
손끝에서 전해지는 잔디의 저항,
볼의 반응,
그리고 퍼터를 들고 서 있는 나.
퍼팅은 짧았다.
하지만 오늘 새로 정렬한 그 스트로크가
정확히 내 의도를 담아냈다.
공은 흔들림 없이 홀로 빨려들어갔다.
버디.
그건 단지 버디가 아니었다.
감각을 잃고도, 다시 그 감각을 선택해준 나 자신에 대한 응답이었다.
새로운 클럽과의 첫 화해이자,
몸과 마음이 함께 일어난 순간이었다.
나는 오늘
스윙을 다시 배웠고,
퍼팅을 다시 느꼈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끝까지 이어가는 법을 배웠다.
버디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건 감각과 인내, 집중과 수용이 함께 데려온 결과였다.
그리고 그건, 삶도 마찬가지라는 걸
오늘 골프가 나에게 가르쳐줬다.
Wear the question.
Live the answer.
HWLL | 건강, 부, 장수의 철학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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