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생명] NASH에서 MASH로: 질병을 다시 정의한다는 것의 의미

의학은 언제나 과학인 동시에 언어다.질병의 명칭은 단지 진단을 위한 분류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누구의 몸을 문제 삼으며, 무엇을 원인으로 삼는지를 드러내는 문화적 창이다. 그런 점에서, ‘NASH’에서 ‘MASH’로의 병명 변경은 단순한 용어의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 의학이 ‘간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나아가 우리 사회가 건강과 질병을 해석하는 방식의…

의학은 언제나 과학인 동시에 언어다.
질병의 명칭은 단지 진단을 위한 분류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고, 누구의 몸을 문제 삼으며, 무엇을 원인으로 삼는지를 드러내는 문화적 창이다.

그런 점에서, ‘NASH’에서 ‘MASH’로의 병명 변경은 단순한 용어의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 의학이 ‘간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나아가 우리 사회가 건강과 질병을 해석하는 방식의 전진을 상징한다.


병명 너머의 세계

기존의 ‘NASH(Non-Alcoholic Steatohepatitis)’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알코올 섭취와 무관한 지방간염’을 의미한다.
그 명칭은 “이 질병은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간 질환의 새로운 국면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점차 밝혀진 것은 이 병의 본질이 ‘비음주’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질환이 비만,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복합적인 ‘대사 장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알코올성’이라는 부정적인 전제보다는, ‘대사적 기능 이상’이라는 능동적 정의가 더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된 것이다.


대사 질환 시대의 새로운 이름

이러한 맥락 속에서 2023년, 국제 간질환 전문가 협의체는 이 병명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우리는 이 질환을 MAS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즉 ‘대사 기능 이상과 관련된 지방간염’이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단순히 문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중심에 있는 ‘대사 건강’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환이다.
‘술을 마셨느냐 마시지 않았느냐’는 이분법 대신, 각 개인의 전신 건강과 대사 리듬에 주목하자는 변화이기도 하다.
이는 질병에 대한 낙인(stigma)을 걷어내고, 보다 정교하고 예방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진보된 사고다.


이름이 바뀌면 인식도 바뀐다

병명이 바뀌면, 단지 의학계만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환자 자신의 질병에 대한 해석과 태도, 나아가 대중의 자기 이해 방식에 깊이 관여한다.

‘NASH’라는 명칭은 어디까지나 알코올성 간질환과의 대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많은 환자들은 이 병을 ‘특정하지 못한 예외적 질병’으로 느꼈다.
반면 ‘MASH’는 보다 적극적으로 질병의 원인과 경로를 명확히 지목하며,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 질병은 당신의 선택과 삶의 방식, 그리고 몸의 리듬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일깨운다.
특히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안심시켜온 이들에게, 간은 단지 기능 수치로만 측정할 수 없는, 대사 건강의 거울임을 상기시켜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 MASH는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오늘날의 생활 방식—고열량 식단, 좌식 생활,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은 우리 모두를 이 질환의 잠재적 환자로 만든다.
  • MASH는 간의 병이자 전신의 병이다.
    이 병은 단지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긴다는 것을 넘어서, 심혈관 질환, 인지기능 저하, 당뇨병 등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 MASH는 되돌릴 수 있는 질환이다.
    간은 회복력이 뛰어난 장기이며, 조기 진단과 함께 식이조절, 체중 감량, 규칙적인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질병을 다시 말한다는 것의 윤리와 철학

‘NASH’에서 ‘MASH’로의 전환은 의학의 정밀화를 넘어선다.
이것은 환자의 내면과 사회적 낙인을 동시에 해체하려는 윤리적 움직임이며,
몸을 이해하는 새로운 철학적 언어의 도입이다.

무언가를 다시 정의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확히 설명하고,
더 존중하겠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질병을 다시 말한다는 것은 결국, 생명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의 혁신이다.


이 명칭의 변화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해 위에 어떤 삶의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Wear the question.
Live the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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