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월의 어느 날, 딸의 생일을 앞두고 새로운 골프 클럽을 샀다.
그건 단순한 장비의 교체가 아니었다.
그건 아주 조용하고 깊은 회복의 선언이었다.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왔다.”
그 고백을 내 손에 쥐고 싶었다.
나는 5년 전,
30만 원짜리 저렴한 클럽 세트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땐 아이를 낳고 나서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고,
팬데믹은 세상의 리듬을 멈춰 세웠다.
골프는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정확히 반응했다.
정신과 의사 스캇 펙이 쓴 골프 책을 읽고 있었고,
그가 말한 “내면의 수련으로서의 골프”라는 문장이
마치 오래전부터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때까지 골프를 ‘비싼 취미’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골프는 계층과 자산을 드러내는 문화였고,
특정한 사람들만 허락받은 취향 같았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건 문화가 덧씌운 껍질일 뿐,
진짜 골프는 아주 단순한 본질을 가진 운동이라는 걸.
몸과 중심을 다시 인식하는 일,
그것이 골프의 진짜 시작이었다.
나는 비거리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멀리 보내려는 욕심보다,
내 발밑을 정확히 감지하려 했다.
공을 또박또박 치는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안의 시간’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5년은 짧지 않았다.
특히 내 몸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나와 싸우고, 나를 견뎠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이민 후 생활환경과 습관의 변화로 인해, 임신과 출산 경험 후 달라진 몸으로 인해
혈당이 불안정해졌고,
나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몸의 신호들을 감당해야 했다.
눈앞이 흐려지고,
심장이 뛴 뒤에도 숨이 가라앉지 않고,
몸이 무겁고, 손끝이 저리고,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아침엔 손가락이 굳어있었다.
그건 단순한 피로나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은 더 이상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었고,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알아가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 여정은 짧게는 3년,
길게는 내 평생 중 가장 낯선 사유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내게 필요한 생리적 이해,
정신적 회복,
식습관의 조절,
대사 리듬을 살리는 습관들을 하나씩 찾아냈고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감각’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스윙이 달라졌다.
처음엔 잘 몰랐다.
공이 좀 더 잘 나가는가 싶었고,
자세가 편해진 듯 느껴졌고,
왠지 ‘힘이 덜 들고도’ 움직임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러다 정확히 느꼈다.
내 몸의 중심이 돌아왔다는 것.
이제는 쥐고 있는 클럽이 내 손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건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새 클럽을 샀다.
비싼 장비를 통해 무엇을 보상받고 싶었던 건 아니다.
이건 나에게 주는 상이었다.
딸을 이만큼 키운 나에게,
아무도 몰래 살아남은 나에게,
다시 삶을 느끼기 시작한 나에게
주는 아주 정직한 선물이었다.
5년 전의 나는
그저 조심스럽게 ‘시작’이라는 말을 되뇌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회복된 몸으로 ‘다시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클럽은
더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지금의 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이제 나는 공을 치기 위해 클럽을 쥐는 게 아니라,
존재의 구조를 따라 리듬을 구성하기 위해 클럽을 든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스윙은 내 건강의 신호이고,
내 생존의 징표이고,
무너졌다가 다시 세운 나의 존재론적 선언이다.
Wear the question.
Live the answer.
HWLL | 건강, 부, 장수의 철학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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