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 처음 골프장에 섰던 날

비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부터 조율하던, 그 첫 번째 하루. 나는 골프장에 처음 섰던 그날을 기억한다.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정직한 자세로,가장 조심스러운 스윙을 했던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나는 멀리 보내려는 사람이 아니었다.길게 치려는 욕심도 없었다.나는 다만 ‘또박또박’ 치고 싶었다.나의 몸과 마음이 한 템포씩,서두르지 않고 리듬을 맞춰가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 비거리는 짧았다.드라이버도, 아이언도멋진 소리를…

비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부터 조율하던, 그 첫 번째 하루.

나는 골프장에 처음 섰던 그날을 기억한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정직한 자세로,
가장 조심스러운 스윙을 했던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나는 멀리 보내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길게 치려는 욕심도 없었다.
나는 다만 ‘또박또박’ 치고 싶었다.
나의 몸과 마음이 한 템포씩,
서두르지 않고 리듬을 맞춰가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

비거리는 짧았다.
드라이버도, 아이언도
멋진 소리를 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샷 하나하나에
나는 집중했고,
실수 없이 연결되는 흐름을 꿈꿨다.

그날, 나는 공을 딱 하나 잃어버렸다.
숲으로 날아간 공 하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나는 조용히 볼을 하나 꺼내 들고,
벙커를 피해서 두 번째 볼을 쳤다.

신기했다.
그렇게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 하루는 너무나도 긴장이 되었고,
또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안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거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볼이 얼마나 멀리 가는지보다
내가 얼마나 이 리듬을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살아온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조급한 사람이 아니었고,
무리하지 않는 걸 미덕으로 여겼고,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는 걸 좋아하던 나.
그 모든 것이,
그날 골프장에서 내 스윙에 묻어 있었다.

사람들은 골프 초보에게 종종 “욕심내지 마”라고 말한다.
나는 욕심을 낼 줄도 몰랐다.
오히려 그런 내 마음이 조금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첫날의 내가 오히려
가장 완성된 자세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비거리가 짧았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샷을 생각해야 했고,
공 하나하나가 소중했기에
나는 신중했고,
또박또박 치고 싶었기에
나는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날 나를 본 사람들은 말했을 것이다.
“스윙이 작네.”
“힘이 없네.”
“욕심이 없네.”

맞다.
나는 그 어떤 면에서도
눈에 띄는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내 마음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그리고 정직하게 그 하루를 걸어 나갔다.

공을 하나만 잃어버린 게 자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하나만 잃어버리고 돌아온 하루는
나 자신을 잃지 않고 플레이했던
아주 드문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골프를 시작한다는 건,
공을 치기 시작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기를 다시 읽어내기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날의 나는
조금 느렸고,
조금 짧았고,
조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또렷했고,
고요했고,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그 하루는 지금도 내 안에 있다.
샷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나는 그 첫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길게 치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도, 또박또박.”


Wear the question.
Live the answer.

HWLL | 건강, 부, 장수의 철학을 입다.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HWLL - Health Wealth Live Long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