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우주를 항해하는 히치하이커, 일론 머스크
모든 거대한 혁신의 시작점에는 언제나 아주 사소하고도 기묘한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파격적인 파괴적 혁신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그가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전기차로 도로를 뒤덮고, 인간의 뇌에 칩을 심는 기행에 가까운 도전들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모든 철학적 뿌리가 사춘기 시절 밤새워 읽었던 영국의 SF 코미디 소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있다고 고백한다. 얼핏 황당무계한 유머로 가득 찬 이 소설이 어떻게 한 소년의 허무주의를 치료하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나침반이 되었을까?
소설 속에는 인류의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깨부수는 유명한 일화가 등장한다.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슈퍼컴퓨터 ‘깊은 생각’은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무려 750만 년 동안 연산을 거듭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놓은 대답은 허무하게도 숫자 ‘42’였다. 허탈해하는 외계인들에게 컴퓨터는 덤덤하게 말한다. “진짜 문제는 당신들이 ‘궁극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답만 구했다는 것입니다.”
10대 시절,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해 깊은 실존적 위기와 허무주의에 빠져있던 소년 일론 머스크는 이 대목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깨달았다.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올바른 질문을 구성할 수만 있다면 답을 찾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질문을 던지는 법조차 잊은 채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만을 쫓아 허우적대곤 한다. 머스크는 인류의 의식 범위를 우주로 확장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던져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화성 이주를 꿈꾸는 그의 거대한 야망은, 결국 ‘인류의 의식을 확장해 우주에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겠다’는 이 소설 속 깨달음의 실천인 셈이다.
이 소설은 머스크에게 단순한 철학적 영감을 넘어,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버텨내게 하는 유쾌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소설 속 우주 히치하이커들의 전자책 안내서 표지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Don’t Panic(당황하지 마라).’ 우주라는 무한하고 위험천만한 공간을 여행할 때 가장 필요한 미덕은 두려움에 압도되지 않는 초연함이라는 뜻이다. 머스크는 실제로 파산 위기와 수많은 로켓 폭발이라는 절망적인 순간마다 이 문장을 되새겼다. 2018년, 그가 자신의 붉은색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쏘아 올렸을 때, 차량 대시보드 화면에 선명하게 새겨진 문구 역시 ‘DON’T PANIC!’이었다. 그것은 우주를 향한 위트 있는 인사이자, 불가능에 도전하는 전 세계 히치하이커들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였다.
또한, 이 소설은 머스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제1원칙 사고법(First Principles Thinking)’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다. 소설은 기존의 상식과 제약 조건, 관습을 끊임없이 비틀고 의심한다. 머스크 역시 엔지니어링과 사업을 할 때 “원래 그래왔다”는 기성 사회의 규칙을 철저히 불신한다. “로켓은 원래 비싸다”는 상식에 의문을 품었기에 재사용 로켓이 탄생했고, “전기차는 느리고 못생겼다”는 편견을 의심했기에 테슬라가 존재할 수 있었다. 기존의 질문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애덤스가 책 전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는 유머러스한 반항 정신이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이 책을 인생작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상의 수많은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빠르게 맞추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타인이 출제한 시험 문제만 풀어서는 결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가장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엄숙한 진리를 발견한 머스크처럼, 우리에게도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냉소와 두려움을 거두고, 우주를 향해 “왜 안 되지?”라는 대담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어떤 위기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유쾌한 낙천성. 그것이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일론 머스크가 우리에게 이 책을 건네며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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