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의 건축가들] 인공지능의 유창함에 가려진 인지적 눈먼 자들: 비법학자의 AI 계약 검토

마이런 골든의 ‘가치의 4단계’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비법학자가 AI(LLM)를 활용해 계약서를 검토할 때 빠지기 쉬운 인지적 함정과 그 본질적인 위험성에 대해 논한다. 인공지능의 유창함에 가려진 인지적 눈먼 자들: 비법학자의 AI 계약 검토 인공지능(LLM)의 보급으로 누구나 전문적인 법률 문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듯 보인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략가 마이런 골든(Myron Golden)의…

마이런 골든의 ‘가치의 4단계’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비법학자가 AI(LLM)를 활용해 계약서를 검토할 때 빠지기 쉬운 인지적 함정과 그 본질적인 위험성에 대해 논한다.

인공지능의 유창함에 가려진 인지적 눈먼 자들: 비법학자의 AI 계약 검토

인공지능(LLM)의 보급으로 누구나 전문적인 법률 문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듯 보인다. 하지만 비즈니스 전략가 마이런 골든(Myron Golden)의 ‘가치의 4단계’ 관점에서 볼 때, 법학적 기초 체력이 없는 비전문가가 AI에 의존해 계약서를 검토하는 행위는 부의 최상위 단계인 ‘상상(Imagination)’의 능력을 스스로 거세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1. 실행(Implementation)의 착각: ‘검토 완료’라는 가짜 안도감

가장 낮은 단계인 ‘실행’은 물리적 노동과 시간을 투입하는 영역이다. 비법학자가 AI에 계약서를 업로드하고 수정안을 받아보는 과정은 매우 효율적인 실행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심각한 인지적 오류가 발생한다.
법학적 훈련이 없는 사용자는 AI가 지적한 문구의 수정 여부에만 몰입한다. 단어 하나가 바뀌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노동을 했다’는 실행의 만족감일 뿐, 그 조항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떤 물리적 강제력을 갖는지에 대한 통찰은 결여되어 있다. 이는 결국 도구의 유창함에 속아 실질적인 리스크를 방치하는 ‘인지적 나태함’으로 이어진다.

2. 통합(Unification)의 붕괴: 조항 간의 유기적 관계 상실

2단계 ‘통합’은 관리와 시스템의 영역이다. 계약서는 개별 조항의 집합이 아니라, 각 조항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논리 시스템이다.
비법학자는 AI가 짚어주는 개별 조항의 오류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A 조항의 변경이 B 조항의 면책 범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혹은 전체 계약의 구조적 균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파악하지 못한다. AI는 파편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나, 이를 비즈니스 전체 맥락 안에서 통합하여 시스템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오직 인간의 인지 영역이다. 법학 전공자가 아닌 이들은 이 ‘통합적 사고’의 부재로 인해 AI의 답변에 휘둘리는 종속적 위치에 서게 된다.

3. 소통(Communication)의 왜곡: 언어적 권위에 대한 맹신

3단계 ‘소통’은 언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설득하는 단계다. 여기서 발생하는 인지적 문제점은 ‘유창성 편향(Fluency Bias)’이다.
인지언어학적으로 인간은 논리정연하고 유창한 문장을 접할 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법률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AI의 답변은 비법학자에게 강력한 ‘권위적 증거’로 작용한다. 자신의 비즈니스 감각이 경고음을 보내더라도, AI의 확신에 찬 법률적 어조 앞에 자신의 직관을 꺾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협상(소통)의 주도권을 AI라는 블랙박스에 넘겨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4. 상상(Imagination)의 실종: 존재하지 않는 위험에 대한 통찰력

최상위 단계인 ‘상상’은 마음과 아이디어로 부를 창출하며,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위험을 미리 설계하여 방어하는 단계다.
법학적 사고(Legal Reasoning)의 핵심은 ‘문서에 적힌 것’이 아니라 ‘문서에서 누락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의 텍스트를 분석할 뿐, 사용자의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창적인 위험이나 기회를 상상해내지 못한다. 법학적 프레임이 없는 사용자는 AI가 “이상 없음”이라고 판정하는 순간, 미래에 대한 상상의 스위치를 꺼버린다. 이 인지적 공백은 훗날 감당할 수 없는 법적 리스크로 돌아온다.

결론: 도구를 지배하는 인지 프레임의 가치

결국 비전문가가 AI로 계약서를 검토할 때 생기는 가장 큰 인지적 문제점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Unknown Unknowns)에서 AI의 유창함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마이런 골든의 철학처럼 우리가 더 높은 가치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AI라는 ‘실행 도구’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국법과 같은 정교한 논리 체계를 공부함으로써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비즈니스 전략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상상할 수 있는 ‘상위 차원의 인지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도구는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부리는 주인의 철학적·법학적 깊이가 부의 크기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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