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의 시선] 장신경계와 뇌전증: 장-뇌 축이 잇는 새로운 치료의 지평

장신경계와 뇌전증: 장-뇌 축이 잇는 새로운 치료의 지평 현대 의학에서 간질(뇌전증)은 단순한 뇌만의 불균형을 넘어, 우리 몸의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신경계(ENS)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질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뇌와 장은 미주신경이라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통해 초단위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연결망이 뇌전증의 발병과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로, 장신경계는 뇌의 흥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병기창…

장신경계와 뇌전증: 장-뇌 축이 잇는 새로운 치료의 지평

현대 의학에서 간질(뇌전증)은 단순한 뇌만의 불균형을 넘어, 우리 몸의 ‘제2의 뇌’라 불리는 장신경계(ENS)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질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뇌와 장은 미주신경이라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통해 초단위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연결망이 뇌전증의 발병과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로, 장신경계는 뇌의 흥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병기창 역할을 한다. 뇌의 과도한 전기적 흥분을 억제하는 대표적 물질인 GABA는 장내 유익균에 의해 생성되거나 그 대사가 조절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불균형해지면 뇌의 억제 기능이 약화되어 발작의 임계값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로, 장의 면역 상태가 곧 뇌의 신경 염증으로 이어진다. 장벽의 투과성이 높아지는 ‘장누수’ 현상이 발생하면 장내 독소가 혈류를 타고 뇌까지 전달되어 신경세포에 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만성적인 신경 염증은 신경세포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작은 자극에도 발작이 쉽게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셋째로, 이미 임상에서 검증된 치료법들이 이들의 상관관계를 증명한다.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쓰이는 미주신경 자극기(VNS)는 장과 연결된 신경 경로를 직접 자극하여 뇌의 비정상적 신호를 제어한다. 또한, 케톤 식이요법이 발작을 억제하는 기저에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켜 항경련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간질은 뇌라는 국소적 부위의 질환을 넘어, 장신경계와 장내 환경이 뇌의 평온함을 결정하는 시스템적 질환이다. 따라서 향후 뇌전증 치료는 뇌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뿐만 아니라, 장신경계의 건강과 장내 생태계를 복원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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