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철학] 품격의 기원: 권력의 심연과 예술적 승화, 그리고 리더의 교육

품격의 기원: 권력의 심연과 예술적 승화, 그리고 리더의 교육 세상은 종종 권력의 크기로 리더를 측정하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권을 뒤흔든 ‘엡스타인 파일’은 권력이 도덕적 나침반을 잃었을 때 얼마나 기괴하고 추하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리더는 탐욕의 늪으로 침잠하고,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품격의 기원: 권력의 심연과 예술적 승화, 그리고 리더의 교육

세상은 종종 권력의 크기로 리더를 측정하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권을 뒤흔든 ‘엡스타인 파일’은 권력이 도덕적 나침반을 잃었을 때 얼마나 기괴하고 추하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리더는 탐욕의 늪으로 침잠하고, 한스 짐머(Hans Zimmer)와 같은 예술가는 창조의 정점에서 고결함을 유지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고품격 리더’로 길러낼 것인가?


1. 미메시스적 욕망과 권력의 타락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미메시스(Mimesis)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함으로써 형성된다.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집단적인 타락에 빠진 이유는 그들이 서로를 ‘욕망의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엘리트 집단 내에서 왜곡된 권력 행사는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특권적 지표’로 굳어진다.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내 경쟁자가 그것을 욕망하기 때문에 나 역시 그것을 가져야만 승리자가 된다는 착각, 이것이 바로 미메시스적 함정이다. 이 함정에 빠진 권력은 창조적 에너지를 잃고, 오직 타인 위에 군림하고 금기를 깨뜨리는 자극적인 행위에만 몰두하게 된다.

2. 리스크 없는 언어: 교수와 정치인의 비겁함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부류가 있다. 바로 현실의 ‘리스크(Risk)’는 지지 않은 채 오직 ‘말로만 먹고사는’ 자들이다. 특히 상아탑 안의 일부 교수들과 정치인들은 고상한 정의와 복잡한 이론을 설파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이나 결정이 가져올 파멸적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도 수행하지 않는다.

현실의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는 언어는 공허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이들은 대중의 미메시스적 욕망을 자극해 명성을 얻으면서도, 정작 시스템이 붕괴할 때는 이론 뒤로 가장 먼저 숨어버린다. 엡스타인과 같은 추악한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리스크 없는 방관자’들이나 그들의 논리를 정교한 학문으로 정당화해준 지식인들의 비겁한 침묵과 언어적 유희가 자리 잡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화려한 강의나 수사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실질적인 책임을 거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3. 예술적 몰입: 추함을 거부하는 강력한 면역력

반면, 한스 짐머와 같은 거장들이 세속의 타락한 모임에 휘둘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모방하는 대상이 ‘타인의 세속적 욕망’이 아닌 ‘완전한 질서’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결과물에 대해 자신의 이름과 인생 전체를 거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그 창조의 정점에서 신성에 가까운 충만함을 경험한다.

이들에게 미메시스는 저급한 유흥의 공유가 아니라, 고도의 음악적 형식을 체화하려는 숭고한 시도다. 완벽한 선율을 찾기 위한 몰입은 자극적인 쾌락보다 훨씬 강렬하며 지속적인 만족을 준다. 그들에게 ‘추한 행위’는 단순히 도덕적 금기를 넘어, 자신의 내면세계를 오염시키는 ‘미적 불협화음’과 같다. 높은 미적 기준이 곧 가장 강력한 도덕적 방어선이 되는 셈이다.

4. 고품격 리더를 위한 교육: 모델의 전환

진정한 고품격 리더는 다음의 세 가지 기둥 위에서 탄생한다.

  • 긍정적 미메시스 설정: 유행과 권력을 쫓는 모델이 아니라, 창조적 거장이나 자신의 언어에 책임을 지는 실천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아이가 누구의 욕망을 모방하느냐가 리더의 품격을 결정한다.
  • 리스크를 감수하는 용기: 강단 위의 교수처럼 말뿐인 정의를 읊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리스크 없는 삶은 품격 없는 삶으로 이어지기 쉽다.
  • 자기 절제의 미학: 품격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에서 나온다. 자신의 힘을 타인을 지배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정돈하고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절제의 미학을 가르쳐야 한다.

결론

결국 리더의 교육은 ‘기술’이 아닌 ‘욕망의 방향’에 관한 문제다. 엡스타인의 어둠이나 리스크 없는 지식인의 비겁함이 아닌, 짐머의 선율처럼 자신의 영혼을 건 창조를 지향해야 한다. 타인의 추한 욕망을 복제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미학적 감수성, 그것이야말로 고품격 리더를 만드는 핵심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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