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의 성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흔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가 아주 이른 나이부터 드러난 재능과 끊임없는 집중 훈련의 결과라고 믿는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불리며 한 분야에 모든 시간을 바친 사람이 결국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서사는 교육과 스포츠, 예술 전반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Science에 발표된 종설 논문은 이러한 통념에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연구는 인간이 최고 수준의 성취에 도달하는 실제 경로가 우리가 기대해온 모습과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논문이 종합한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나 어린 시절에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스포츠 선수, 음악가, 체스 선수, 과학자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초기 상위권과 성인기 최상위권 사이의 연결성은 낮게 나타난다. 즉,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는 사실만으로 장기적인 최고 성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상반된 발달 경로를 구분한다. 첫 번째는 조기 엘리트형 경로로,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성과를 내며 한 분야에 일찍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경로를 걷는 사람들은 또래보다 많은 훈련량을 축적하고,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취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두 번째 경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자에게서 더 자주 관찰되는 패턴이다. 이들은 초기 성과가 비교적 평범하거나 점진적이며, 여러 활동과 분야를 오가며 폭넓은 경험을 쌓는다. 전문화는 비교적 늦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과 관점을 축적한다.
특히 논문은 다양한 경험이 장기적인 최고 성취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형성된 ‘학습 자본’은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고, 기존 지식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며, 예상치 못한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젊은 시절 폭넓은 관심사를 가졌던 사례나,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한 종목에만 매달리기보다 여러 스포츠를 경험했던 사례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이러한 결과는 조기 선발과 조기 전문화에 기반한 기존의 인재 양성 시스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학교의 영재 교육, 유소년 스포츠 아카데미, 예술 교육 현장에서 흔히 채택되는 “빨리 가려내고, 빨리 집중시킨다”는 전략이 반드시 최선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탐색의 시간을 충분히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전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최고 성취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저자들은 이러한 결론이 단일한 성공 공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인다. 일부 분야에서는 조기 전문화가 유리할 수도 있고, 통계적 편향이 결과 해석에 영향을 줄 여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이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는 조기에 완성된 재능의 직선적 연장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느린 축적, 그리고 적절한 시점의 집중이 어우러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이 연구는 우리에게 성취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빠른 성과보다 지속적인 성장, 단일한 길보다 폭넓은 탐색이 최고 수준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개인과 사회 모두 더 건강한 방식으로 재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Güllich, A., Barth, M., Hambrick, D. Z., & Macnamara, B. N. (2025). Recent discoveries on the acquisition of the highest levels of human performance. Science, 387(6739), eadt7790. https://doi.org/10.1126/science.adt7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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