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건축가들] 인간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인간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어느 날 문득, 충분한 부를 손에 쥐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향해 걸어갈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많은 이들이 부를 손에 넣으면 더 안전한 집을 사고, 더 편안한 삶을 꾸리고, 혹은 더 세련된 소비를 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마음이 끌리는 곳은 그런 외형의 확장보다 훨씬 깊은…

인간의 원형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어느 날 문득, 충분한 부를 손에 쥐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향해 걸어갈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많은 이들이 부를 손에 넣으면 더 안전한 집을 사고, 더 편안한 삶을 꾸리고, 혹은 더 세련된 소비를 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마음이 끌리는 곳은 그런 외형의 확장보다 훨씬 깊은 층위,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해온 오래된 질문들이 머물러 있는 세계다.

나는 아마도 그 세계를 보여주는 문화와 예술의 장(場)을 향해 갈 것이다. 돈이 많다는 사실은 단지 더 많은 소유를 가능하게 할 뿐이지만, 그 소유가 어떤 의미를 담는지는 전적으로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은 수익률이나 시장 가격이 아니라, 인간이 남긴 본질의 흔적들이다.

예술은 늘 인간의 원형을 담아왔다.

신화 속 영웅들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을 반영하고, 희극과 비극은 우리가 반복해 온 감정의 구조를 기록한다. 오래된 회화 한 점, 낡은 책, 신비로운 유물 한 조각은 모두 시대의 언어로 쓰인 “인간성의 보고서”다. 그 앞에 서면 나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오래되고 넓어진 ‘우리’를 마주하게 된다. 마치 수천 년을 살아온 인간의 초상과 대화하는 것처럼.

부를 손에 쥐고 그 앞에 서게 된다면, 나는 예술을 단순히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다음 세대에게 도달하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작품은 금전적 가치로 평가될 수 있지만, 어떤 작품은 단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를 조금 더 깊게 만든다. 그런 것들을 잘 보존하고 되살려내는 일은, 자산가라는 이름 아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또한 나는 살아 있는 창작자들에게 투자하고 싶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 우리가 아직 말해본 적 없는 질문을 던지고, 아직 보지 못한 감정을 세상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가를 후원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아직 끝내지 못한 인간성 탐구를 미래로 이어 던지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부는 나에게 자유를 줄지 몰라도, 그 자유가 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나는 인간이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며, 왜 같은 꿈을 반복해 꾸는지를 말해주는 조각들을 모을 것이다. 예술을 통해 인간성의 원형을 탐구하는 일은 어느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고귀한 지적 모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된다면, 그 부를 인간의 오래된 이야기들 속으로 흘려보낼 것이다.

그것은 내 개인의 취향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질문들을 지켜내기 위한 작은 다짐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일은 나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제나 예술에서 시작해 예술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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