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성장 설계도] 두 나무가 숲이 되는 순간

두 나무가 숲이 되는 순간 결혼이라는 말은 때때로 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곤 한다.둘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그러나 칼릴 지브란은 아주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참나무와 삼나무가 조용히 나란히 서 있는 숲의 풍경이다.참나무는 뿌리 깊은 무게로 땅을 지탱하고,삼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며 향기를 머금는다.서로 닮지 않았고, 서로…

두 나무가 숲이 되는 순간

결혼이라는 말은 때때로 우리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곤 한다.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
그러나 칼릴 지브란은 아주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참나무와 삼나무가 조용히 나란히 서 있는 숲의 풍경이다.
참나무는 뿌리 깊은 무게로 땅을 지탱하고,
삼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며 향기를 머금는다.
서로 닮지 않았고, 서로 기대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둘이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분명히 ‘숲’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화를 본다.

지브란은 이 풍경 속에 결혼의 본질을 담아냈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져 같은 형태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함께 서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서로의 모습을 바꾸지 않아도, 서로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다만 같은 자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하나의 숲을 이루기 시작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종종 상대를 내 방식 안에 넣으려 한다.
가까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서로의 뿌리를 침범하고,
같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빛을 가리기도 한다.
그러나 참나무가 삼나무를 참나무로 만들 수도 없고,
삼나무가 참나무의 느린 성장 방식을 바꿀 수도 없듯,
사람 또한 서로를 자신의 틀에 맞출 수 없다.
그렇게 바꾸려는 사랑은 결국 사랑을 약하게 만들 뿐이다.

지브란은 말한다.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나란히 서 있으라.”
거리는 차갑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제 빛으로 자랄 수 있도록 남겨둔 공간이다.
부부의 삶에서도 이 거리는 꼭 필요하다.
가까이 있으되 얽히지 않고,
함께 있으되 서로를 지배하지 않는 관계.

그때 비로소 두 사람은 숲이 된다.
각자의 색과 결을 가진 나무들이 모여 더 넓은 풍경을 이루듯,
두 사람의 다름은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의 조건이 된다.

때로는 바람이 불어 삼나무가 흔들릴 때 참나무가 든든한 벽이 되기도 하고,
참나무가 비를 오래 견딜 때 삼나무의 향기가 주변을 맑히기도 한다.
서로를 자신처럼 만들려 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 조화,
이것이 바로 결혼이 품고 있는 가장 성숙한 형태의 사랑일 것이다.

결혼은 완성된 형태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이 같은 숲을 선택해 서는 것,
그 다짐만으로도 이미 첫 번째 숲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두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릴수록,
그 숲은 조금씩 더 무성해지고, 서로에게도 세상에도
한결 따뜻한 그늘을 드리운다.

결국 결혼이란,
두 사람이 서로를 붙잡지 않으면서도 머무는 순간,
그 순간마다 조금씩 자라나는 숲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참나무와 삼나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지키며,
그러면서도 함께 숨 쉬는 풍경을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이 바로,
두 나무가 숲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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