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이면서 큰 꿈은 불행의 씨앗이다.
소명에 대한 나의 신앙적 고백
나는 한동안 ‘소명’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살았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특별한 사명이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 사명을 찾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열심히 살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그 ‘소명’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을 때면, 마음이 흔들리고, 하나님께 실망한 듯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위스 작가 롤프 도벨리의 책 『불행 피하기 기술』을 읽게 되었다. 그는 기업가이자 철학적 에세이스트로, 인간의 심리적 오류와 삶의 불행을 분석하는 글을 써왔다. 그 책에서 도벨리는 “가슴 뛰는 소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시대의 커다란 환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처음엔 반발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예시를 따라가다 보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도벨리는 미국 작가 존 케네디 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툴은 자신이 소설가로서의 소명을 타고났다고 믿었고, 첫 작품을 유명 출판사에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그 좌절은 그를 알코올 중독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은 사후에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받았다. 도벨리는 말한다. 만약 툴이 글쓰기를 ‘소명’이 아니라 ‘생업’ 정도로 여겼다면, 그의 삶은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큰 그림’을 찾으려 애쓰면서, 정작 오늘 하루를 하나님께 드리는 일에는 소홀했던 건 아닐까? “내일 노벨상을 받아야지”라는 마음보다 “오늘 하루 하나님께 충실하게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더 복된 길이라는 도벨리의 말은, 성경의 말씀과도 닿아 있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
하나님은 내가 위대한 일을 이루는 것보다, 그분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것을 더 기뻐하신다. 소명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 위에서 순종 가운데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때로는 아주 평범하고, 아주 조용하다.
이제 나는 소명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이다. 맹목적인 열정은 때로는 불행을 낳는다. 큰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그 꿈이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성공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가 맡은 일을 감당한다. 그것이 글쓰기든, 아이를 돌보는 일이든, 회의에서 조율하는 일이든, 하나님께 드리는 작은 예배로 여긴다. 그 속에서 진짜 소명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소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더 깊고, 더 복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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