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길: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글로벌 브리튼’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
1.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다른 문이 열릴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난 그날, 수많은 세계 언론은 “고립된 섬나라의 시대착오적 선택”이라 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약화, 무역 장벽, 금융 도심의 추락, 그리고 유럽 규제 체계에서의 이탈. 그 모든 것이 ‘브렉시트’라는 이름 아래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떠났는가?”가 아니라, “떠난 이후 어디로 갈 것인가?”로.
‘글로벌 브리튼’이라는 선언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브렉시트는 단절이 아닌 도약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AI drug discovery) 분야일 것이다.
2. 영국은 언제나 과학과 제국의 교차로에 있었다
한때 전 세계 지도를 분홍색으로 물들였던 대영제국은 단순한 식민 제국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과 제도, 언어와 법, 통계와 철학이 결합된 문명의 실험장이었다. 근대 생물학과 생리학, 역학과 통계학은 런던과 캠브리지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그 전통은 다시 ‘AI 기반 생명과학’이라는 신세계에서 부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케임브리지의 AI 바이오 스타트업들,
- MHRA의 규제 혁신 실험,
- NHS가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데이터,
-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다문화 의학 임상 환경…
영국은 여전히 과학적 도약을 위한 문명적 레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의미 있게 조합할 정치적 결단과 전략적 상상력이다.
3. 왜 ‘AI 신약개발’인가: 과학이 다시 전략이 될 때
AI 기반 신약개발은 단순히 연구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정보력, 규제 유연성, 보건 윤리, 의료 시스템 전체를 관통하는 복합 기술산업이다.
이 분야에서의 성공은 영국이 유럽의 규제 질서 밖에서 새로운 질서의 설계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FDA가 아닌 MHRA의 독자적 인가 루트
- EMA가 아닌 AI 신약에 특화된 영국형 규제 가이드라인
- 국가 주도의 AI 생명과학 가속 프로그램
- 비(非)EU 국가들과의 전략적 바이오 외교 동맹 (예: 한국, 일본, 싱가포르, GCC)
이 모든 것은 브렉시트 없이는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규제의 자유’와 ‘외교의 재설계’다.
고립이 아닌 구조적 선택의 공간이 열린 것이다.
4. 글로벌 브리튼의 새 좌표는 ‘헬스 인텔리전스 주권’에 있다
21세기의 패권은 군사력이 아닌 데이터·기술·생명 주권에서 결정된다.
이른바 ‘헬스 인텔리전스(Health Intelligence)’를 국가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야말로, 새로운 문명 질서의 중심이다.
영국은 NHS를 통해 세계 최강 수준의 의료 데이터 통합 구조를 갖고 있고, AI 윤리와 법제화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선도 국가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신약개발과 보건정책, 예측의료와 글로벌 보건외교를 아우르는 헬스-기술 플랫폼 국가로 재정렬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산업 전략이 아니라,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영국의 존재론적 재정의다.
5. 결론: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은 설계자가 될 수 있을까?
AI 신약개발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질병을 예측하고, 생명을 설계하며,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규정하는 지식권력이다.
영국은 과거에 산업혁명을 일으킨 제국이었다.
오늘, 다시금 생명정보 혁명의 건축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의지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절의 역사를, 창조의 서사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상상력 없이는 어떤 기술도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브렉시트는 묻는다.
“진정한 글로벌 브리튼은, 어디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하는가?”
그 대답은 어쩌면, AI가 발견하고 인간이 설계하는 새로운 생명의 문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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