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검, 글쓰기
현대인에게 글쓰기는 흔히 숙제나 보고서, 혹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가벼운 배설물 정도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조던 피터슨은 글쓰기를 그보다 훨씬 위험하고도 강력한 것으로 정의한다. 그에게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혼돈(Chaos)에 형태를 부여하여 질서(Order)로 편입시키는 투쟁이자, 세상을 향해 휘두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벼리는 과정이다.
피터슨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눈을 감고 전장을 달리는 병사와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머물 때 결코 완전해질 수 없다. 파편화된 생각들은 구름처럼 흩어져 있어 그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종이 위에 물리적인 단어로 고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무지를 직면하게 된다. 글쓰기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글쓰기는 곧 사유의 교정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피터슨이 강조하는 ‘문장 단위의 편집’은 자아를 정교하게 깎아내는 수행과 닮아 있다. 한 문장을 쓰고, 더 나은 대안 문장을 고민하며, 불필요한 단어를 쳐내는 행위는 내 안의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일이다. 명료하지 않은 문장은 명료하지 않은 생각의 결과물이다. 문장을 바로잡음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안경을 얻게 된다.
또한, 글쓰기는 존재의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피터슨에 따르면, 글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정립한 사람은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정교하게 조립할 줄 알며, 타인의 기만적인 논리를 해체할 힘을 갖게 된다. 이는 사회적 성공을 위한 도구를 넘어, 한 개인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세상의 풍파에 맞설 수 있는 심리적 요새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
결국 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글쓰기의 본질은 ‘책임감’에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그 생각에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이다. 비록 첫 초안이 형편없고 바보 같을지라도, 그것을 기꺼이 마주하고 수정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수정을 반복할 때, 우리는 이전보다 더 지혜롭고 강인한 존재로 거듭난다.
글쓰기는 멈추어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사유의 행위이며, 나를 둘러싼 혼돈을 명료한 질서로 바꾸는 가장 인간다운 저항이다. 그러므로 펜을 드는 것은 곧 나 자신을 구원하고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겠다는 결단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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